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7 한국어판 (발간 2018.5.17)
[보도자료]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지수 11.85%, 유럽 49개국 중 44위에 해당
2017년에도 여전히 성소수자 인권 후진국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성소수자 인권보고서 『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7』 발간
SOGI법정책연구회 (회장 한가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아이다호, IDAHOTB :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을 맞아 한국에서 발생하는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과 관련한 인권현안을 체계적으로 기록‧정리한 인권보고서 『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7』을 발간하였다.
이 인권보고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심각한 한국의 현실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발간되고 있으며,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한국의 중요한 사건과 법제, 운동과 역사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정리함으로써 이 시대를 기록한 생생한 자료가 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지수 11.85%, 유럽 49개국 중 44위에 해당
『한국 LGBTI 인권 현황』에서는 「ILGA-Europe Rainbow Map」의 기준에 따라 한국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 관련 제도의 유무를 분석하여 계량화한 <무지개 지수>를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조사할 권한을 가지는 점,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점, 헌법상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만 제한하는 명시가 없는 점 등이 <무지개 지수>의 가점 요인으로 반영되었다.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혼인평등이나 동반자관계등록이 제도화되지 않은 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혐오범죄를 규제하는 법률이나 정책이 없는 점, 퀴어문화축제의 도로점용허가를 내어주지 않거나,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의 대관허가 취소와 같이 정부의 성소수자 공공행사 방해 행위가 있었던 점 등으로 인해 가점 요인이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성소수자가 완전히 평등한 국가의 무지개 지수를 100%로 보았을 때 2017년 한국의 무지개 지수는 11.85%에 불과하였다.
유럽 49개국과 비교하면 44위에 해당하며, 2016년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과 성소수자 인권 수준이 비슷한 나라에는 산마리노(12.32%)가 있으며, 한국보다 낮은 지수를 보인 국가는 모나코(9.76%), 터키(8.6%), 아르메니아(7.2%), 러시아(6.4%), 아제르바이잔(4.7%)이다. 상위국가로는 몰타(91.04%), 노르웨이(77.74%), 영국(75.73%) 등이 꼽혔다.
2. 2017년 한국 LGBTI 인권 현황 개관
2017년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조직적인 차별 선동과 혐오가 공세적으로 이어졌음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를 방치하고 오히려 성소수자 행사들을 방해하는 등, 성소수자 인권 상황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4월에는 육군에서 성소수자 군인들을 색출하는 수사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30여 명의 성소수자 군인들이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당해야 했고, ‘A대위’로 알려진 한 군인은 전역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구속되어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정한 ‘추행’죄가 실질적으로 “동성애 처벌법”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정치권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 선동과 혐오가 이어졌다. 제19대 대선 TV토론에서는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왔고, 각종 인사청문회,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동성애 찬반”을 들어 사상 검증을 하거나 앞장서서 성소수자, 이주민, HIV 감염인에 대한 혐오표현을 이어갔다.
공공기관에 의한 성소수자 행사 방해 역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부산과 제주에서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지만, 부산에서는 장소 사용허가를 얻지 못한 채 진행되었고, 제주에서는 법원에서 공원사용허가 거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서야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10월 열릴 예정이었던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는 동대문구의 갑작스러운 체육관 대관 취소로 개최가 연기되었다.
그러나 의미 있는 결과들도 있었다. 2월에는 인천지방법원에서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고,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외부성기 형성수술을 하지 않은 성전환자 여성에 대해 성별정정을 허가했다. 또한 성소수자 인권단체 비온뒤무지개재단의 법인 설립허가 신청을 법무부가 거부한 데 대해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해당 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인권 운동 역시 꾸준히 성장했다. 서울과 대구에서는 퀴어문화축제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고, 부산과 제주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등 개최지역이 확대되었다. 국회에서는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입법청원 운동 성사 이후 폐지안 발의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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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I법정책연구회는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과 관련된 인권 신장 및 차별 시정을 위한 법제도·정책 분석과 대안 마련을 위해 2011년 발족한 연구회로, 국내외 변호사 및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