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의 성평등기본조례에 대한 개정 요청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의견서
‘성소수자 지원이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여성가족부의 입장 및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에 대한 개정 요청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공동 의견서
◎ 여성가족부의‘성소수자 관련조항이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 표명 및 지자체 성평등조례의 수정 요구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합니다.
◎ 본 의견서에서는 1. 現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 및 과천시 성평등조례의 성소수자 관련 조항이「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며 2. 양성평등기본법 개정 목적에서‘성소수자 배제’의 취지를 추정할 수 없음에도 여성가족부가 자의적으로 개정 요구를 했을 뿐 아니라 3.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인지해야만 실질적 성평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4. 국제적 성주류화 정책의 사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성평등기본조례의 성소수자 관련 조항은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며, 국제적으로 합의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정책을 실현하는 조례라는 의견
○ (양성평등기본법 제정 및 시행 배경)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올해 3월 뉴욕에서 열린 제59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북경행동강령 이행 노력을 설명하며 “북경행동강령(1995) 채택 직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1996년)을 양성평등으로의 여성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여 양성평등기본법(2015년 7월 1일 시행)으로 개정하였으며 실질적인 양성평등구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여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여성정책 패러다임은 여성에 대한 기회의 평등을 목표로 하는 여성 발전(Women and Development)패러다임을 넘어 1995년 북경여성행동강령 채택을 기점으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패러다임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는 20년이 지난 오늘날 국내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이 이를 반영한 것임을 천명했다.
○ (양성평등기본법의‘양성평등’규정)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에서 정의한 바 "양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 이 정의상‘양성평등’은 성별(젠더)에 따른 차별(gender- related discrimination)을 의미한다. 또한 제11조에서 양성평등위원회의 심의․조정 역할을 규정한 바,“6.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등 대한민국이 체결한 여성 관련 국제조약 이행 점검에 관한 사항”에서 언급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아래에서 위원회는, 협약국에 LBTI 여성(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여성)과 관련된 상당수의 권고를 제출 해왔음을 주지한다.
일반논평 CEDAW/C/GC/28, 16 December 2010
○ (성주류화 정책의 이념과 중첩된 차별에 대한 인식) ‘성주류화’는 모든 기관의 모든 정책과 프로그램을 젠더의 관점에서 기획, 실행, 평가함으로써 남성과 여성의 실질적 평등을 촉진하려는 목적에서 채택되었으며 여성과 여아의 모든 인권을 보장하고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가시적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경여성행동강령 32조에서는 “인종, 연령, 언어, 종족, 문화, 종교 또는 장애와 같은 요인 때문에, 그들의 역량강화나 지위 향상에 대한 다양한 장애에 직면하고 있는 모든 여성과 여아에게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누리는 것을 보장하는 노력을 강화한다.”고 천명하였다. 이는 여성과 남성이 성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발전 및 평등 정책의 효과가 고르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중첩된 차별(intersected discrimination)을 제거해야함을 강조한 것이다.
○ (중첩 차별에 대한 양성평등기본법의 인식) 본 법은 제33조(복지증진)에서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ㆍ나이 등에 따른 여성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장애인, 한부모,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 등 취약계층 여성과 그 밖에 보호가 필요한 여성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첩 차별 및 교차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여성의 사회적 조건을 고려하고 있다.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겪는 차별로부터의 보호를 명시한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는 성주류화 정책 및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법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현현한 자치규범으로 보아야한다.
2. 여성발전기본법을 개정한 양성평등기본법이 그 개정 및 입법 목적에서 특별히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여성정책 수립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
○「여성발전기본법」을 기반으로 제정된「과천시 성평등기본조례(2013. 12.30 시행)」는 제16조에서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발전기본법 하에서 이러한 조항이 입법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중앙 정부의 공식적인 제기는 없었다. 만약 여성가족부가 정부 부처로서 성소수자 관련 조항이 (여성발전기본법과 달리)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유권해석을 한다면, 양성평등기본법으로의 개정 과정에서 ‘성소수자 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개정 이유가 있었음을 입증해야한다. 또한 양성평등 정책의 대상이 이성애자 남성과 여성임을 규명해야한다. 입법 사항을 집행하는 주무 부처가 양성평등기본법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입법 기구의 역할을 침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성평등기본조례는 실질적 양성평등을 촉진한다는 의견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2014)에 따르면, 레즈비언 및 바이섹슈얼 여성이 게이 및 바이섹슈얼 남성에 비해 가정폭력 및 성폭력이 더 많이 일어난다고 인식하고 있다. 혈연가족이나 친족에 의한 성소수자 폭력․학대에 대해 레즈비언의 71.4%, 바이섹슈얼 여성의 67.6%가 (게이 61.2%, 바이섹슈얼 남성 57.7%) ‘자주 또는 종종 일어난다’고 응답하였다. 성폭력 및 성적 괴롭힘에 대해서는 레즈비언의 64.3%가 ‘자주 또는 종종 일어난다’고 응답하였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혈연가족이나 친족에 의한 성소수자 폭력․학대에 대해 트랜스젠더 여성의 71.7%, 트랜스젠더 남성의 66.9%가 ‘자주 또는 종종 일어난다’고 응답했으며, 성폭력 및 성적 괴롭힘에 대해서는 각각 59.7%, 68.5%가 ‘자주 또는 종종 일어난다’고 응답했다. 이는 여성 성소수자에 대한 가정폭력 및 성폭력 실태조사의 필요성과 예방 대책이 필요하며, 양성을 모두 포함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가정폭력․성폭력 예방 역시 양성평등 및 폭력 예방 대책에 긴급히 포함되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정신병원 강제입원, 교정 강간, 학교와 직장에서의 성희롱 등을 경험하고도 동성애자라는 사실,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성소수자를 제도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양성평등 정책 및 국가성평등지수의 개선을 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다.
4. 국제․해외의 양성평등-성주류화 정책의 경향 :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성평등을 지향
○ 유럽은 암스테르담조약(1997) 13조에서 “성주류화는 나이, 민족, 장애, 성적지향과 같은 다양한 상황이 성평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공식화한 바 있으며 유럽 여러 국가의 성주류화 정책에서 LGBT를 포함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4년 젠더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아이슬란드(1위), 핀란드(2위), 노르웨이(3위), 스웨덴(4위) 등 북유럽국가는 성주류화의 성공적 정착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인권을 성평등체제에서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한국 117위) 아이슬란드는 복지부에 성평등센터를 두고 LGBT의 인권을 성평등 이슈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 핀란드는 2005년 양성평등특별법 개정을 통해 성별, 성별정체성, 성별표현에 따른 차별을 포함하여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을 포함하였다. 노르웨이는 <노르웨이 성평등 행동강령>(2012)에서 성평등 증진을 위한 정부 정책의 목적의 하나로, ‘민족, 성적지향, 장애, 나이, 계급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젠더를 바라본다’고 적시하고 있다. 스웨덴도 이와 마찬가지로 포괄적인 평등정책 하에서 성주류화를 실행하고 있다.
○ UN Women은 보고서 <북경여성행동강령의 이행 경향>(2015)에서 장애, 토착민 여성, 이주 여성, LGBT 등 주변화된 여성을 고려한 성주류화 정책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 LGBT를 포함한 성평등 정책 실행이 부진한데, UNDP-아시아태평양의 원조로 진행되는 ‘Being in LGBT in Asia' 프로젝트에서는 밀레니엄개발목표 (3)(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3)‘성평등 촉진과 여성 권익 신장’의 촉진을 위해 여성성소수자에 대한 민감성을 가지도록 변화할 것을 하나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 한국에서 양성평등기본법 및 성주류화 정책이 시행된 국제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성평등정책으로의 이행은 피할 수 없으며, 더욱이‘성소수자를 배제한다’는 여성가족부의 자의적 조치는 본법의 취지와 성평등의 촉진을 거스르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15년 9월 4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구무지개인권연대, 대구퀴어문화축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레주파, 망할 세상을 횡단하는 LGBTAIQ 완전변태,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 언니네트워크,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SOGI법정책연구회)
성평등바로잡기 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언니네트워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SOGI법정책연구회)